간섭

189. 간섭

사물과 관념과 사람 등 모든 것은 하나의 파동으로 귀결될 수 있다. 형태의 파동, 소리의 파동, 영상의 파동, 냄새의 파동 등 여러 가지 파동이 있을 수 있다. 이런 파동들이 유한한 공간 속에 있으면 다른 파동과 필연적으로 상호 간섭하게 된다. 사물과 관념과 사람들의 파동 사이에 일어나는 간섭 현상을 연구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로큰롤>과 <클래식> 음악을 혼합하면 어떤 음악이 생겨날까? <철학>과 <정보 공학="">을 섞으면 어떤 학문이 될까? 아시아의 예술과 서구의 기술을 섞으면 어떤 것이 나타날까?

잉크 한 방울을 물에 떨어뜨린다고 하자. 두 물질은 대단히 단조롭고 매우 낮은 수준의 정보를 지니고 있다. 잉크 방울은 까맣고 물은 투명하다. 그런데 잉크가 물에 떨어지면서, 일종의 위기가 조성된다.

이 접촉에서 가장 흥미로운 순간은 희석되기 직전의 혼돈의 형태가 나타나는 순간이다. 서로 다른 두 요소끼리의 상호 작용은 아주 다양한 모습을 빚어낸다. 복잡한 소용돌이, 뒤틀린 형태가 생기고 온갖 종류의 가는 실 형태가 생겨났다가 점점 희석되어 결국엔 회색의 물로 변한다. 사물의 세계에서는 두 개의 파동이 만날 때 빚어지는 아주 다양한 모습을 고정시키기가 어렵지만, 생명의 세계에서는 어떤 만남이 고착될 수도 있고 기억 속에 머물 수도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 저. 이세욱 &임호경 옮김. 열린책들(2011). 335p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