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속의 검은 잎, 기형도
택시 운전사는 어두운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이따금 고함을 친다. 그때마다 새들이 날아간다
이곳은 처음 지나는 벌판과 황혼,
나는 한번도 만난 적 없는 그를 생각한다
그 일이 터졌을 때 나는 먼 지방에 있었다
먼지의 방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문을 열면 벌판에는 안개가 자욱했다
그 해 여름 땅바닥은 책과 검은 잎들을 질질 끌고다녔다
접힌 옷가지를 펼칠 때마다 흰 연기가 튀어나왔다
침묵은 하인에게 어울린다고 그는 썼다
나는 그의 얼굴을 한 번 본 적이 있다
신문에서였는데 고개를 조금 숙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일이 터졌다, 얼마 후 그가 죽었다
그의 장례식은 거센 비바람으로 온통 번들거렸다
죽은 그를 실은 차는 참을 수 없이 느릿느릿 나아갔다
사람들은 장례식 행렬에 악착같이 매달렸고
백색의 차량 가득 검은 잎들은 나부꼈다
나의 혀는 천천히 굳어갔다, 그의 어린 아들은
잎들의 포위를 견디다 못해 울음을 터뜨렸다
그 해 여름 많은 사람들이 무더기로 없어졌고
놀란 자의 침묵 앞에 불쑥불쑥 나타났다
망자의 혀가 거리에 흘러넘쳤다
택시운전사는 이따금 뒤를 돌아다본다
나는 저 운전사를 믿지 못한다, 공포에 질려
나는 더듬거린다, 그는 죽은 사람이다
그 때문에 얼마나 많은 장례식들이 숨죽여야 했던가
나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디서
그 일이 터질지 아무도 모른다, 어디든지
가까운 지방으로 나는 가야 하는 것이다
이곳은 처음 지나는 벌판과 황혼,
그 입 속에 악착 같이 매달린 검은 잎이 나는 두렵다.
“입 속의 검은 잎”, 기형도
이 시는 의문투성이에 알 수가 없는 것 같다. 원래 시인 기형도의 시를 이해하기가 어렵지만 - 특히 이 시는 더더욱이나 어려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첫 연에서 택시운전사는 어두운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이따금 고함을 친다고 하였다. 그때마다 새들이 날아가고 있다. 왜 택시운전사는 어두운 창밖으로 굳이 고개를 내밀어 고함을 칠 필요가 있는 것일까, 그가 화가 났다고 생각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부자연스러우니, 그가 악을 쓰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하는가.
새들이 날아가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택시 운전사의 고함에 놀라 푸드덕거리며 날아갈 것이 분명하다. 날아간다는 의미가 시에서 정확하게 드러나지 않아 어떤 의미가 있을지 이해하기가 상당히 난해하다.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새가 뭐든지 간에, “날아간 존재”임은 확실하다.
그는 처음 지나는 벌판과 황혼에서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 “그”를 생각한다. 그는 누구인가? 라는 물음이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두 번째 질문으로, 이어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 그를 왜 생각하는가? 라는 물음이 떠오른다.
두 번째의 물음에 대한 대답의 실마리는 두 번째 연에서 제시되고 있다. 약간 언어 유희와 비슷하게, “나는 먼 지방에 있었다”, “먼지의 방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라는 구절이, 앞쪽 나는 먼 지방에 있었다라는 구절을 띄어쓰기를 일부로 노리고 만든 구절이 아닌가 생각했다. 꽤나 재미있었다. 그런데 ‘나’는 왜 먼지의 방에서 책을 읽고 있었을까. 문을 열면 보이는 벌판에는 안개가 자욱했고, 그 해 여름 땅바닥은 책과 검은 잎들을 질질 끌고 다녔는데, 여기서 또 검은 잎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이 또 나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나의 회상에서 그는 침묵은 하인에게 어울린다고 말한다. 그는 활발한 수다쟁이였던 모양인데, 말이 화신일까, 신문에서 고개를 조금 숙이고 있었고, 얼마 뒤 ‘그 일’이 터지고 그가 죽었다는 것은, 그가 ‘그 일’에 말려들었음을 암시하는 것일 게다.
이어 제3연에서는 그의 장례식의 행렬을 회상한다. 그의 장례식은 거센 비바람으로 온통 번들거렸고, 죽은 그를 실은 차는 참을 수 없이 느릿느릿 나아갔다. 사람들은 그를 보낼 수 없어 장례식의 행렬에 악착같이 매달렸고, 백색의 차량 가득 검은 잎들은 나부꼈다. 검은 잎은 망자에게 하는 욕설의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왜냐하면, 그의 어린 아들은 잎들의 포위를 견디다 못해 울음을 터뜨렸으니, 욕설이 굳이 아니더라도,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그의 어린 아들이 포위를 견디다 못해 울음을 터뜨리게 만드는, 괴로운 존재라는 것만은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나’의 혀가 그 때 천천히 굳어갔다는 말은 웬말인가. 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는 것인가? 단순히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자신이 원망스러웠던 것인가?
그 해 여름 많은 사람들은 왜 무더기로 없어졌을까, 놀란 자의 침묵 앞에 불쑥불쑥 나타났다는 것은, 많은 이들의 초상이라도 있었다는 것인가, 그 해 여름이 그토록 위험한 계절이었던 것인가. 망자의 혀가 거리에 흘러넘쳤다라는 것은, 그들이 죽은 이후에 그들의 생전 말들이 거리에서 사람들의 입과 입 사이에서 오갔다는 것인가?
택시운전사는 이따금 뒤를 돌아다본다. 택시운전사는 ‘나’가 믿을 수 없는 존재이고, 나를 공포에 질리게 하는 존재이다. 죽은 사람이라, 그 때문에 얼마나 많은 장례식들이 숨죽여야 했다고 하는가, 왜 장례식이 숨을 죽일 필요가 있었나, 택시운전사는 장례식이라도 방해하는 존재였는가?
더 소름이 돋는 것은 ‘나’는 택시 운전사가 누구인지, 내가 가는 곳이 어디인지도 모른다. ‘그 일’이 어디서 터질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 일은 비단 ‘그’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닐터, 암울한 ‘그 일’은 ‘나’에게도 터질 수 있는 것이다. 죽음을 의미하는 것인가, 죽음에 이르는 절망을 의미하는 것인가.
처음 지나는 벌판과 황혼, 그 입속에 악착 같이 매달린 검은 잎이 ‘나’는 두려운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