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의 이점에 대하여

195. 차이의 이점에 대하여

사람들은 오랫동안 경쟁자들을 따돌린 가장 빠른 정자가 난자를 수태시키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가장 빠른 정자 하나가 아니라 수백의 정자가 동시에 난자의 주위에 다다른다. 거기에서 정자들이 편모(鞭毛)를 살랑살랑 흔들며 기다리고 있으면, 그 가운데 하나가 선택을 받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난자의 문 앞으로 몰려온 많은 청혼자들 가운데 하나를 골라 승리자로 만들어 주는 것은 결국 난자다. 그렇다면, 난자는 어떤 기준으로 정자를 선택하는 것일까? 연구자들은 오랫동안 그 문제를 탐구한 끝에 최근에 답을 찾아냈다. 난자는 <자기 것과="" 가장="" 다른="" 유전적="" 특성을="" 보이는=""> 정자를 낙점한다는 것이 그 답이다. 이것은 일종의 생존 전략이다. 난자는 자기 위에서 서로 껴안고 있는 남녀가 누구인지 모른다. 그래서 그저 근친 결합의 문제라도 생기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우리의 염색체는 자기와 유사한 것이 아니라 자기와 다른 것과 결합해서 더욱 풍부해지려는 성향을 지니고 있다. 그것이 바로 자연의 섭리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 저. 이세욱 &임호경 옮김. 열린책들(2011). 343p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