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조히즘
265. 마조히즘
마조히즘의 기원에는 앞으로 닥쳐올 어떤 고통스러운 사건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인간은 시련이 언제 닥칠지 시련의 강도가 어떠할지 몰라서 두려워한다. 마조히스트는 그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무서운 사건을 일으킨다. 그러면 적어도 그것이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는 알게 되는 것이다. 마조히스트는 고통스러운 일을 스스로 불러일으킴으로써 자기자 자기 운명을 지배하고 있다고 느낀다.
마조히스트는 스스로에게 고통을 가하면 가할수록 삶에 대한 두려움을 덜 느끼게 된다. 자기가 스스로에게 가하는 행위보다 더 고통스러운 일은 없으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자기의 가장 악독한 적이 바로 자기 자신이기 때문에, 그는 더 이상 두려울 게 없다.
그렇게 자기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마조히스트는 다른 사람들을 지배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많은 지도자와 권력자들이 자기들의 사생활에서는 마조히스트의 경향을 보인다 해도 그건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하지만 마조히즘에는 대가가 따른다. 마조히스트는 고통이라는 개념을 자기 운명의 지배라는 개념과 결합시킴으로써 반(反)쾌락주의자가 된다. 그는 더 이상 자기를 위한 쾌락을 원치 않으며 오로지 새로운 시련만을 찾아 나선다. 그 시련은 갈수록 혹독하고 고통스러운 것이 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 저. 이세욱 &임호경 옮김. 열린책들(2011). 446p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