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 대한 의식

202. 미래에 대한 의식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같은 손의 다른 손가락들을 마주 대할 수 있는 엄지손가락이 있다는 점일까? 아니면. 언어? 비대해진 뇌? 직립 자세? 저마다의 관점에 따라서 아주 많은 것들이 제시될 수 있겠지만, 그냥 간단하게 미래에 대한 의식이라고 말해도 무방할 것이다. 동물들은 현재와 과거 속에서 산다. 동물들은 눈앞에 닥친 일을 이미 경험했던 일과 비교한다.

그와 반대로, 인간은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측하려고 한다. 미래를 제어하고자 하는 이 성향은 아마도 인간이 신석기 시대에 농업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나타났을 것이다. 그때부터 인간은 우연에 의존하는 식량 획득 방법인 채집과 수렵을 버리고 미래의 수확을 예상하며 씨를 뿌렸다. 미래에 대한 예측은 주관적이어서 사람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그 미래를 설명하기 위한 수단으로 언어를 고안하게 되었다. 미래에 대한 의식과 함께 그것을 표현하기 위한 언어가 생겨난 것이다 태고 시대의 언어는 미래를 말하기 위한 어휘도 적었고 문법도 지극히 단순했다. 그에 비해 오늘날의 언어는 어휘도 풍부하고 문법도 날이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

미래에 대한 예측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는 과학 기술이 필요했고, 거기에서 기계의 맹아가 싹텄다. 또 신이란 것도 미래에 대한 의식과 연관해서 생각해 보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는 것을 설명하기 위한 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과학 기술의 힘으로 인간이 미래를 더욱 잘 통제할 수 있게 되면서 신이 점차 사라지고, 기상학자와 미래학자, 그리고 과학 기술을 이용하여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믿는 모든 사람들이 그 역할을 대신하려 하고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 저. 이세욱 &임호경 옮김. 열린책들(2011). 353p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