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so 일기_20190812
KESO 여름합숙교육 - 팀 프로젝트 첫 날이었다. 아침부터 왼쪽 아래 어금니의 철사가 삐꾸가 나는 바람에 걸리적 거려서 급히 치과를 다녀온 후, 사전에 공지된 시간인 오후 1시 20분까지 등록을 하기 위하여 서둘러 한국교원대학교로 향했다.
가는 길에 중간에 점심을 먹을 때 순두부 “된장” 찌개인줄 알고 순두부찌개를 잘못 시키는 바람에 망했다. 더럽게 매웠다.
도착한 이후에는 입학식을 진행했다. 뭔가 대학원생들과 교수들이 진행하는 이 입학식은 어딘가 뭔가가 어귀가 맞지 않는 듯 했다. 참으로 재미있었던 것은, 여기에서는 평소 익숙하지 않은 국민의례 브금을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평소의 식에는 군악대 ver를 사용하는 편이네, 여기에서는 국악 ver를 사용했다. 이는 순국 선열에 대한 묵념까지도 마찬가지였다… 도대체 저런 브금은 어디에서 구하는 것인지 참으로 궁금했다.
이어서 환영사가 이어졌다. 불행하게도 환영사를 하는 교수는 “짧게”한다고 했다. 이러한 교수의 말은 대부분 반대로 해석했을 때 정확한 경우가 대다수이고, 그 법칙은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격려사도 매한가지였으니… 불쌍한 내 엉덩이여!
하지만 가장 고생했던 것은 이어진 교수의 특강이었다. 김정렬 교수였나? 강의가 아주 안드로메다로 갔다. 중간에 마이크 문제로 끊기는 것은(꽤 자주 끊겼다) 그럭저럭 내가 이해를 한다 치더라도 졸음이 오는 말투였다. 그러나 나는 언제나 자는 시간 이외에는 자지 않는 의지의 한국인이므로, 그런 것은 없었다. 오히려, 이 블로그에 unsolved-question 태그가 붙은 그 물음들을 던지고 있었다.
이어서는 조교와 함께 팀 프로젝트 주제를 정했다. F조 조교인 조훈 선생은 그냥 뭔가 자유방임적인 성격인 것 같았다. 초기 제1차 산업혁명 때의 영국 정부의 마인드도 아니고… 그냥 마구 풀어놓으면 알아서들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사실 교육학에서는 그 판단이 옳다는 것이 이미 증명되어 있으니… 그래도 뭔가 좀 그렇기는 했다. 주입식 교육의 잔재이다.
나는 저녁을 먹기 전까지 자유롭게, 그러나 속은 끙끙 앓아대면서 무슨 주제를 우리조에서 해야할까 고민과 고민을 거듭한 끝에 google jamboard 서비스를 이용하여 한 슬라이드 가득 포스트잇으로 무장한 브레인스토밍 보드를 완성했다. 별로 좋은 주제는 아닐 뿐더러… 안 그대로 내 머리에서 나온 거니까… 음…
저녁을 먹고서는 조별 프로젝트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어쩌다보니 내가 팀장을 먹었다. 자연스럽게 내가 그냥 Google Drive 계정을 만들고 여차저차 하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주제를 “고기후 분석”으로 설정하고 소주제로는 “과거 기후와 현재 기후의 분석을 통한 지구온난화의 심각성 보이기”와 “고기후 변화 원인의 분석”, “미래 기후 변화의 예측”을 설정하고는 이어진 역할 분담과 팀장 투표에서 5표로 내가 반강제적으로 하게 된 것이다.
그 이후에는 바로 팀 프로젝트 활동을 이어나갔다. 원래 오늘의 목표는(조교의) 주제 설정과 역할 분담이 끝이었으나, 시간이 1시간 정도 남은 관계로, 기초자료 조사를 들어갔다. 나는 내가 원래 알고 있던 NASA Global Climate Change Program에서 제공하는 CO2 농도나 해수면 상승, 빙하 면적 등의 자료를 수집했고, 다른 팀원은(소주제 팀) - 창원과고 출신이었다. 하지만 뭐라든 간에 - 기상청에 들어가서 근래의 평년기온평균값을 수집했고, 다른 한 선배는 - 어디 출신이었는지는 까먹었다 - 빙하 코어와 관련한 자료를 수집하였다.
그리고는 지금 기숙사에 들어와 학교 선배와 닭을 먹을 40분 뒤를 기다리며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옆에서는 B조의 다른 고1 친구가 롤을 하고 있고, 뒤에서는 같은 조 선배께서(조교가 월클이라고 했다) 게임을 하고 계신다. 뭐, 방학이고, 즐기는 날이니까… 그리고 학교 밖이라서 교칙도 적용이 안되니… 이참에… 그렇다. 뭐. 아무래도 성악설이 맞는 것 같다. 그래서 패놉티콘(Panopticon)처럼 감시의 장치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